[연재]학부모들에게 보내는 편지(1) : 자녀들을 어떻게 기를 것인가
[연재]학부모들에게 보내는 편지(1) : 자녀들을 어떻게 기를 것인가
  • 글로벌교육뉴스
  • 승인 2018.07.1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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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재(고려대학교 인문대학장)의 교육 레터 시리즈

 

 
 오영재 교수의 학부모들에게 보내는 편지(1) 

자녀들을 어떻게 기를 것인가

 

  첫 딸을 낳았을 때 핏덩어리와 다름없는 아이를 쳐다보며 한없이 좋았던 기억이 나곤 합니다. 아빠가 되었다는 기쁨에 딸아이를 위해 시를 지어주고 장차 어떤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적어주었습니다. 아이를 쳐다보며 좋아서 실없이 웃곤 했습니다. 왜 그렇게 예쁜지 몰랐습니다. 세상 대부분의 부모들이 그러는 것처럼 아내와 번갈아 밤잠을 설치며 살피고 먹이며 길렀습니다. 그러한 딸아이를 기르면서 꼭 지키고 싶은 것이 한 가지 있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자율적 홀로서기를 중시하는 교육학 이론에 따라 내 아이를 길러보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누구나 자식을 잘 키우고 싶어 합니다. 자식을 잘 키우고 싶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겠습니까? 의연하고 능력 있게 성장한 자녀의 모습은 어쩌면 인생에 있어 가장 보람 있고 자랑스러운 성취의 하나일 것입니다. 그러한 점에서, 우리 조상들은 세상에서 가장 어렵고 중요한 농사가 자식농사라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자녀를 잘 키우기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어떻게 기르는 것이 자식을 잘 기르는 것인 지에 대한 뚜렷한 인식이 있어야 합니다. 그 다음에 자식을 기르는 방법과 부모의 역할,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어떻게 기르는 것이 자식을 잘 기르는 것인 지에 대한 뚜렷한 인식이 있어야 합니다.

그 다음에 자식을 기르는 방법과 부모의 역할,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야 합니다. 

 

   먼저 자식을 어떻게 길러야 잘 길렀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교육학적 표현을 빌리면, 홀로서기 능력을 갖게 기르는 것이 잘 기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식으로 하여금 심리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홀로설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잘 기르는 것입니다. 자녀들이 독립된 인격체로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 세 가지 독립이 필요합니다.

 

 사람들이 흔히 얻고 싶어 하는 재산이나 사회적 지위 그리고 명예는 변합니다. 자녀들이 극복해야 할 난관도 여러 가지입니다. 심리적인 외로움과 불안을 이겨내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방법과 능력을 가르쳐야 합니다. 경제적인 독립도 꼭 필요합니다. 홀로서지 못한 자녀들은 나이를 먹어가도 부모에게 의탁하고 독립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결혼을 한 후에도 부모 품을 떠나지 못합니다. 나이가 들어가도 부모 곁을 떠나지 못하는 자녀들을 캥거루족이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모는 영원히 자녀들 곁에 있을 수 없습니다. 홀로서기 능력이 없는 자녀들로 하여금 성숙한 인간으로서 홀로 서게 해야 합니다. 홀로서기 능력이 없거나 부족한 자녀들은 부모가 세상을 떠난 후에 자신을 그렇게 기른 부모를 원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거친 세파와 당당히 맞서 홀로 자신의 뜻을 세우고 이루어나가기 위해서는 넓은 세상에서 일을 하며 잘 살 수 있는 다양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자녀들이 홀로서려면 성장과정에서 가능한 자율적인 생활을 하도록 해야 합니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기다리는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부모가 자녀들에게 자율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부모들은 아직 어린 자녀들의 자율능력을 신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인간의 자율적인 성장은 시간이 걸리고 부모들은 기다림 속에 내포된 불확실성을 참지 못합니다. 교육이 어려운 이유 중의 하나가 그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긴 시간을 기다리기 위해서는 부모 자신의 교육방법이 옳다는 확신이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내 딸 아이를 기르는데 적용하고자 한 교육학적 이론이었습니다. 교육학자로서 이 이론이 옳다는 확신이 있었지만, 딸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이 이론을 적용하는데 따를 수 있는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나갈 수 있을 지는 다음 문제였습니다. 

 

먼저 자식을 어떻게 길러야 잘 길렀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교육학적 표현을 빌리면, 홀로서기 능력을 갖게 기르는 것이 잘 기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식으로 하여금 심리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홀로설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잘 기르는 것입니다

 

  또한 자녀들을 잘 기르기 위해서는 부모의 일관된 양육방식과 조화 있는 부모 역할이 필수적입니다. 아버지의 엄함과 어머니의 자애로움이 조화를 이루고, 부모로서의 베품과 자식으로서의 책임을 요구하는 균형 있는 부모 자녀 관계가 요구됩니다. 이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 일관된 양육방식이 중요합니다. 예컨대, 아버지는 자율적인 생활을 요구하고 어머니는 타율적인 복종을 기대한다면 그 자녀는 부모의 서로 상반되는 기대에 심한 갈등을 느낄 것입니다. 같은 행동을 두고 어머니는 감싸는데 아버지는 꾸중한다면 부모를 편애하게 됩니다. 아버지가 좋다고 하는 직업과 어머니가 바라는 직업이 다를 때 자녀들은 혼란에 빠집니다. 아버지는 공부를 잘 하는 자식이 되라고 하는 반면 어머니는 심성이 착하면 된다고 한다면 그 자녀는 불안한 사회적 성공의식을 가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딸아이를 기르며 부부간에 가장 많은 갈등을 느낀 부분이 바로 양육방식에 대한 관점의 차이였습니다. 아내는 딸을 엄격하게 길러야 한다는 보수적인 양육관을 가지고 있는 반면에 전 자율적이고 진취적인 가치관을 가진 사람으로 길러야 한다는 양육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딸아이가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이 양육방식의 차이로 인해 부부 간에 여러 번 다투기도 했고, 실제 딸아이는 엄마의 교육관에 강하게 저항하기도 했습니다. 늦은 밤까지 동네를 배회하며 집에 들어오지 않을 때도 있었습니다.


  한편, 부모의 교육적 역할은 절제된 지원과 기다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학부모들은 자녀교육을 위해 맹렬하게 지원하고 자신들은 힘들어도 자녀들의 장래를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다 해주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부모의 무조건적이고 애끓는 지원과 응원에도 불구하고 모든 자녀들이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은 아닙니다. 부모의 기대가 최고 성적 지향적이거나 최상급 대학 진학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오히려 부모들의 절제된 지원이 자녀들을 강하고 독립적으로 만듭니다. 부모들의 지나친 지원이 자녀의 성장에 역기능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하는 말입니다.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느끼는 이유 중 가장 많은 요인이 부모의 과도한 기대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부모의 과도한 기대와 지원은 자녀들에게 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하여 급기야 우울증에 이르게 할 수도 있습니다. 


  또 다른 부모의 교육적 역할은 기다림입니다. 자녀들은 부모가 성화를 부린다고 성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신체의 성장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정신적 성장은 기다림 속에서 어떤 계기가 주어질 때 질적으로 크게 성장합니다. 실제로 제 경우, 딸아이의 다면적 성장을 확인하기 까지는 적지 않은 기다림이 필요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까지 학업성적이 뛰어난 것도 아니었고, 특별한 재능을 보여주지도 않았습니다. 딸아이는 책 읽기를 좋아했고 문학적 감수성이 풍부했습니다. 딸아이의 고등학교 시절에 소위 자식의 대학 입학을 위해 지원해준 일은 문학과외를 시킨 것이 거의 전부였습니다.  


  부모와 자녀의 교육적 관계는 쌍방향적인 것입니다. 자녀가 부모에게서 배워야 하듯이 부모도 자녀에게서 배워야 좋은 교육적 관계를 형성 유지할 수 있습니다. 부모는 자녀가 세상에서 만나는 최초의 교사입니다. 자녀는 부모에게서 사회생활에 가장 필수적인 언어를 배웁니다. 부모의 입을 보고 말을 배우며, 부모의 표정을 보고 정서를 형성해 갑니다. 부모의 손을 잡고 걸음마를 배우며, 부모와의 부대낌에서 느끼는 체온을 통해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신뢰와 차가운 불신을 배웁니다. 부모가 주는 음식과 물을 먹으며 부모에 대한 사랑을 간직해나갑니다. 즉, 자녀들은 부모로부터 다양한 감정과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술을 전수받습니다. 사회화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자녀가 부모에게서 배우듯이 부모도 자녀에게서 배워야 합니다. 자녀들은 부모와는 다른 환경에서 자라고 부모와는 다른 경험을 하며 자랍니다. 때로는 부모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취향을 가지고 있기도 하며, 이색적인 흥미를 갖고 있기도 합니다. 딸아이를 기르며 노력했던 부분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세대 간 문화적 격차를 이해하는 일이었습니다. 세상에 대한 서로 다른 관심과 문제에 대해 어른으로서 권위를 가지고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딸아이가 왜 어른들과는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서로 대화하면서 배웠고, 딸아이는 그러한 아빠를 좋아하고 따랐으며, 지금도 그러한 부모 자식 간의 관계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다만, 중고등학교 시절에 말했다면 고리타분한 어른들의 이야기라고 했을 법한 화제나 인식들을 이제는 제법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차이가 있기는 합니다.  


  지금 딸아이는 공부하는 것을 즐거워합니다. 풍부한 감성을 가진 재원으로 성장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거친 사하라 사막을 여행하고 돌아와 여행의 경험을 소재로 소설을 쓰기도 하고, 친구 분들과 노년을 재미있게 보내시는 시골 할머니와 일에 빠져 바쁘게 사는 엄마를 소재로 희곡을 쓰기도 합니다. 1년 정도의 현지 생활을 통해 배운 스페인어는 수준급입니다. 집안 청소하는 일에 약간 게으르기는 하지만, 수업이 없는 날은 아빠와 같이 시장을 보러 가기도 하고, 가족을 위해 요리하기를 즐거워합니다. 친구를 좋아합니다. 이제 와 돌이켜보면, 이제 어엿한 문학을 공부하는 대학원생이 된 딸아이를 기르며 적용했던 자율적 홀로서기를 강조하는 양육방식은 성공적이었다고 스스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자녀를 가르는데 있어 정답은 없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육학 서적에는 자녀에 대한 부모의 긍정적 기대와 적절한 포부수준, 자율과 책임을 중심으로 한 양육방식, 민주적이고 수용적인 가족환경, 자녀가 극복할 정도의 도전적인 목표 설정, 자녀에게 다가가지만 성장을 재촉하지 않고 기다리는 인내, 절제된 지원 등이 자녀를 기르는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교육을 통한 자녀의 사회적 출세를 목표로 하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우리의 교육현실을 모르는 한심하고 교과서적인 말들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자녀의 행복을 소망하는 부모에게는 한번 쯤 귀 기우려볼만한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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