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교사들에게 보내는 편지(4) : 교사들의 인간관계,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
[연재] 교사들에게 보내는 편지(4) : 교사들의 인간관계,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
  • 글로벌교육뉴스
  • 승인 2018.08.1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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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재(고려대학교 교수, 행정대학원장)의 교육 레터 시리즈
 
 오영재 교수의 교사들에게 보내는 편지 (4) 

교사들의 인간관계,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

 

 학교사회는 다른 직장보다 사람들 간의 관계가 매우 중요한 곳입니다.  학교는 학교 행정가나 교사들과 같이 이미 성숙한 사람들이 모여 교육을 위해 서로 교류하면서 아직은 미성숙한 아이들을 가르쳐 미래의 성숙한 인격체로 길러내는 사회적 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학교에서 형성되는 인간관계의 양상과 질은 학교 구성원들 생활의 즐거움과 고단함을 결정하는 중요한 영향요소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여러분들께서도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직장생활에 있어 같이 일하는 사람이 좋으면 직장이 좋고, 동료가 싫고 같이 일하는 것이 힘들면 직장에 출근하는 그 자체가 피곤합니다. 교사들을 신뢰하지 못하고 피곤하게 하는 학교 행정가, 학교 행정가를 화나게 하는 무능한 교사, 학생들을 비인격적으로 대하는 교사, 교사를 당혹하게 하는 학생 이 모두가 학교생활을 어렵게 하는 관계의 양상들입니다. 또한, 교사들에게 있어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는 직장생활 그 자체 뿐 아니라 평가와 승진의 직접적인 영향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흔히 일선 학교현장에서는 교사에게 있어 수업능력 못지않게 인간관계가 더 중요하다고들 말하곤 합니다. 


 교사들의 인간관계는 크게 학교장과의 인간관계, 동료 교사들과의 인간관계, 그리고 교사와 학생과의 인간관계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먼저, 교사들의 학교장과의 인간관계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국의 학교장은 오랫동안 학교의 ‘어른’으로서, 또한 학교의 ‘절대적 권력자’로서의 대우를 받고 실제 그렇게 행동해왔습니다. 어느 학교에 가나 학교장의 경영방침이란 것이 있습니다. 그 학교장의 학교경영철학이 바로 그 학교의 교육목표로 인식될 정도로 학교장의 교육관이나 학교 행정관은 단위학교 정책 수립과 집행에 중요하게 인식되어 왔습니다. 또한, 학교장은 여러 가지 인사행정과정을 통해 교사들의 이해관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상급 이해 관계자입니다. 따라서 교사들은 학교장과의 인간관계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전통적인 교사와 학교장의 인간관계에는 수직적이고 위계적인 성격이 강하게 반영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학교는 학교장의 합법적 권력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1인 조직이 아니라, 교사들의 전문적 권력이 존중되고 교사들의 참여가 확대되며, 나아가 학생들의 교육적 요구가 수렴되어 반영되는 공동체 조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따라서 보다 효율적이고 즐거운 학교가 되려면 교사와 학교장의 인간관계가 수직적인 위계 관계에서 수평적인 참여 관계로, 합법적 권력 관계에서 서로의 전문성을 존중하는 전문적 권력 관계로, 상의하달의 지시적 관계에서 서로 소통하는 쌍방적 대화관계로 변화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교사와 학교장의 인간관계가 그렇게 되려면, 교사들과 학교장에게 서로에게 거는 기대가 달라져야 하고, 교사를 평가하는 기준과 승진 및 보상의 기준이 전문적 능력과 조직 헌신도 중심으로 방향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특히, 교사들과 학교장이 서로에게 거는 기대는 매우 중요합니다. 예컨대, 한국 교사들은 학교장의 역할 행동에 있어 그 전문성보다는 외부 압력과 간섭에 대한 방어 기대를 더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학교장은 교사들의 능력 못지않게 자신에 대한 복종 정도를 중시하는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바로 그러한 방어와 복종을 중심으로 하는 전통적인 상호 기대가 전문성과 창의적 변화능력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기대로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다음으로 교사들 간의 인간관계에 대하여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국의 초․중등 교사들에게 공히 나타나는 인간관계의 특징은 서로 공동의 협력 보다는 개인 중심의 업무 수행, 서로에게 관심을 갖기 보다는 상당히 무관심하다는 것입니다. 교사들 간의 인간관계가 매우 의례적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즉, 교사들은 대부분의 학교생활을 혼자의 힘으로 해 나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교사들은 다른 교사가 업무 수행에 뛰어난 실적을 보이는 것을 크게 좋아하지 않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소위 너무 잘 하는 교사나 지나치게 잘 못하는 교사를 싫어하는 것입니다. 너무 잘하는 교사는 다른 교사들에게 같이 잘해야 한다는 부담을 줍니다. 업무를 잘 못 하는 교사는 다른 교사에게 업무를 전가시키는 불편을 주기 때문에  ‘문제교사’, ‘부진교사’, ‘일처리를 지연시키는 교사’로 불립니다. 그 외 교사들은 상대방이 자신에게 관심을 갖거나 어떤 일이나 상황에 끼어드는 것을 아주 싫어합니다. 이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대체로 그러하듯이 교사들도 혼자 일하는 것을 선호하고, 자율적인 선택과 결정을 좋아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잠시 생각해보면, 교육이라는 활동이 어떤 전문가 혼자의 시각과 정보, 판단과 결정으로 잘 되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교육은 학습자에 관련된 여러 사람들의 정보와 생각이 공유될 때 더욱 잘 될 수 있는 복합적이고 창의적인 활동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교사들 간의 인간관계가 고립적 업무 수행보다는 협동적 형태로 이루어져 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국 교사들의 인간관계가 고립적이고 개인 중심적이라는 의미는 교사들 간의 인간관계가 보다 교육이 갖는 특성에 근접될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함을 알게 합니다. 수업, 학생지도, 다양한 교육 활동에 있어 교사 개인이 아니라 교사 집단의 참여와 판단 그리고 결정이 필요한 것입니다. 


 또한 교사들 사이에 있어 원만하고 편안한 관계 보다는 보다 무엇인가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변화 지향적인 몸짓과 학교를 위해 헌신하는 마음과 노력이 평가받도록 되어야 할 것입니다. 편안한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변화가 고통스럽고 힘든 것만은 아닙니다. 수업과 학생지도에 있어 무엇인가 새로운 시도를 해 본다는 것은 교사로서의 삶을 더욱 충만하고 즐겁게 만드는 시도라고 생각됩니다. 늘 같은 형식의 수업과 틀에 박힌 학생지도는 교사 스스로에게나 학생들에게 생활의 권태로움과 지루함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따라서 자신의 교육활동과 삶에 대해,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의 수준과 깊이에 대해 늘 스스로 묻고 회의하는 진지하고 겸손한 자세가 필요한 것입니다.    


 교사들의 인간관계를 이야기 할 때 교사와 학생 간의 인간관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얼핏 보기에 교사와 학생 간의 인간관계는 매우 단순해 보입니다. 권위를 가지고 가르치는  교사와 복종하고 배우는 학생의 모습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그러한 교사와 학생 간의 지배-복종적인 관계가 학생들의 자유로움과 새로움을 추구하려는 인간적이고 지적인 본능을 억압하고 막는다는 것입니다. 교육은 인간의 내면에 깃든 본성, 즉 자유와 성장의 지향성을 계발해주는 일인데, 교육이 오히려 이 본능을 막는다면 이는 분명 잘못된 일입니다. 최근 「나? 대안학교 졸업생이야」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이 책은 대안학교를 졸업한 15명의 학생들이 대안학교를 선택한 동기와 학교 교육내용 및 공동체 생활과정, 그 과정에서 얻은 것들 그리고 졸업한 후의 자신의 모습 등에 대하여 쓴 이야기를 엮은 것입니다. 교사와 학생 간의 인간관계 측면에서, 한 가지 주목되는 사실은 이 학생들이 대안학교를 선택한 가장 중요한 동기 중의 하나가 바로 자유와 자율성, 그리고 다양한 삶을 존중하는 가치에 대한 강한 지향성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교사들이 학생들을, 정형화된 틀에 갇혀 지내는 제도적 학생이라기보다는, 다양한 모습으로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인간으로 보고 대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어쩌면 교육학에서 깊은 존경의 표현으로 말하는 ‘참 스승’의 모습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눈빛, 아이들에 대한 애정 어린 언어와 손길, 아이들의 밝은 미래에 대한 긍정과 믿음, 아이들을 위한 열성적인 생활과 헌신... 이 모든 것들이 아이들이 평생 가슴에 간직하고 존경하는 소위 ‘참 스승’의 모습일진대, 그러한 교사의 행동과 삶의 중심에는 아이들이 가진 천성적 자유 본능과 다양한 가치와 미래 모습에 대한 존중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교사와 학교 행정 가족들 간의 인간관계도 새로운 양상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교사와 행정가족 간의 인간관계에 관한 여러 연구들은 오래 전부터 그들 사이의 관계가 주로 협조와 소통보다는 견제와 갈등의 인간관계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교사와 행정가족 간의 좋지 못한 인간관계는 학교 운영 전반에 걸쳐 비효율과 불화를 야기한다는 사실을 인지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학교는 다른 조직보다 사람들의 관계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곳입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학교에서의 학교장과 교사, 동료 교사들 간, 교사와 학생 간, 교사와 행정가족들 간의 인간관계를 너무 상투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학교에서의 인간관계는 좀 더 교육학적 성찰이 요구되는 현상으로 인식될 필요가 있습니다. 학교에서의 모든 인간관계는 바로 학생의 바람직한 교육이라는 하나의 가치를 지향하고, 그 가치와 목표에 기준하여 평가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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