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학생들에게 보내는 편지(5) : 대학에서는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연재] 학생들에게 보내는 편지(5) : 대학에서는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 글로벌교육뉴스
  • 승인 2018.08.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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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재(고려대학교 인문대학장)의 교육 레터 시리즈
 
 오영재 교수의 학생들에게 보내는 편지(5)

대학에서는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교육학 수업 시간에 학생들과 대학 교육에 대하여 토론한 적이 있습니다. 요지는, 우리는 왜 대학에 다녀야 하는가? 즉 우리는 무엇을 얻기 위해 대학에 왔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가장 많은 대답이 “좋은 직장을 얻고 사회적 출세를 위해서”라는 답이었으며, 그 다음이 “전문지식과 교양을 얻기 위해서” 이었습니다. 그 외에 “폭 넓은 인간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 혹은 “좋은 배우자를 만나기 위해서” 와 같은 대답들이 나왔습니다. 이어 우리는 한 학생이 대학을 다니기 위하여 필요한 돈이 어느 정도인지를 대략적으로 계산하여 보았더니, 기회비용을 합해 약 1억 원 정도가 소요되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대학 재학 중 해외 연수나 다른 취업 공부를 위해 휴학하는 기간까지 더해져 요즈음 대학 재학기간은 평균 5-6년 정도였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5년 이상의 상당히 긴 기간 동안 약 1억 원에 이르는 큰돈을 들여 학교에 다니며, 그것도 꽃다운 청춘의 시간을 바쳐, 얻고자 하는 것이 주로 직장이나 출세, 좋은 배우자나 사회생활에 도움이 되는 인간관계를 형성과 같은 도구적인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내용은 과학적인 조사과정을 거친 것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수 십 명의 학생들과 대화를 통해 파악한 것이니 어느 정도는 맞는 이야기 일 것입니다. 실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여 대학교육의 기능을 질적인 방법으로 연구한 학술논문의 결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 논문에서도 대학생들은 대학을 취업을 위한 “우회로”나 “간이역” 쯤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학 재학 연령에 해당하는 인구의 약 80% 이상이 대학을 가는 우리나라에서, 대학생들은 이와 같이 수단적이고 도구적인 것들을 얻기 위해 대학에 다니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도 지금 중등학교 시절을 지나 대학에 진학할 것인 데, 여러분들은 대학에 가서 무엇을 배우고 또한 얻고자 바라고 있습니까? 저는 대학에서 배우고 얻어야 할 것들을 대략 세 가지 정도로 정리하고 싶습니다.


  그 첫 번째는 2010년에 발간된「대학 참살이의 길」이라는 책 속에 이어령 선생께서 기고한 “물음표의 비밀”이라는 글이 그 대답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어령 선생께서는 그 글 속에서 질문하는 의미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제  여러분이 물을 차례입니다. 그래야 참된 대학생이 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누구도 물어보지 않았던 본질적인 문제를 찾아내어 물음을 던지는 것. 이것이 대학생활과 그 연구의 성패를 가를 요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에 의문을 품는 것. 그래서 기성관념에 본질적인 의문을 던지는 것. 이것이 대학생의 시작이며 젊은이의 모든 지적 활동의 출발점입니다. 그렇습니다. 내가 지금까지 배운 지식, 알고 있는 모든 사물들에게 물음표를 달아보세요. 그러면 세상을 덮고 있던 먼지와 때가 벗겨지면서 낯설게 보일 것입니다. 물음표는 요술지팡이처럼 보일 것입니다. 그것이 닿는 곳마다 천지가 창조되던 태초의 차침처럼 눈부시게 빛날 것입니다. 구구단을 외우느라 잃어버렸던 것들, 역사책의 연표를 외우다가 상실한 시간들이 푸성귀 같은 초록빛을 풍기며 되돌아올 것입니다.” 즉, 대학에서 첫 번째 배워야 할 것은 질문하는 방법과 능력을 배우는 것입니다. 그것이 무에 그리 중요한 일인가 궁금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잠시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질문을 하기 위해서는 궁금한 것이, 호기심이 있어야 합니다. 호기심이 있어야 배우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배우고 공부하는 것은 질문하는 것입니다. 한자어로 학문(學問)이란 질문하는 것을 배운다는 뜻입니다. 대학의 첫 번째 기능이 학문을 연구하는 것이고, 대학생은 그러한 기관에서 배우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당연히 대학생들은 학문하는 것을 배워야 합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대학생이 학문하는 것을 배운다는 의미는 배우고 질문하는 방법을 배운다는 의미와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입니다.  


  대학은 어떤 현상이나 문제에 대하여 절대적인 진리를 구하는 곳이 아닙니다. 종교의 세계가 아닌 과학의 세계에서, 절대적인 진리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대학에서는 상대적인 진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배우고 연구하는 곳입니다. 여러분들께서는 ‘과학은 눈에 보이는 세상을 설명하려고 하고, 문학과 예술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을 설명하려고 하며, 종교는 설명해서는 안 되는 세상을 설명하려고 한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습니까? 대학은 과학이나 문학 혹은 예술과 같이 눈에 보이거나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가치 있는 것들에 대한 궁금함을 풀고자 하는 질문하는 공동체입니다. 


  두 번째로 대학에서 얻어야 하는 것은 사회 공동체 지도자로서 가져야 할 기품과 자질입니다. 대학이 추구하는 두 번째 존재이유는 사회의 지도자를 길러내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물론, 대학만이 사회 지도자를 길러내는 것은 아니지만, 대학은 그러한 기능을 중요한 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념해야 할 것은 대학이 길러내고자 하는 지도자가 사회 공동체의 지도자라는 것입니다.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지도자가 아니라, 사회의 공동선을 추구하고 실천하는 지도자라는 것입니다.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의 지도자는 조직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위험을 최소화하여 조직의 생존과 유지를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하지만, 대학에서 기르고자 하는 사회 공동체 지도자는 한 사회의 품격과 수준을 만들고 지키는 지도자인 것입니다. 


  흔히 냉소적으로 말하는 것처럼 “개나 소나 다 다니는 대학”에서 대해 뭐 그리 심각한 것들을 배울 필요가 있느냐구요? 소위 맞춤 학과다, 실용교육이다 하여 사회적 효용성이 지배하는 오늘날 대학에 대해 사회 공동체 지도자로서의 품격과 자질을 길러달라고 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말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대학에서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것만 가르치고 배운다면 변화하는 세상에 대처하고 그 변화를 주도해 나갈 능력과 자질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변화의 세상에서 변화를 주도해 나갈 사람이 사회 공동체를 생각하는 도덕과 시민의식, 협동능력, 미래 기획 능력, 자신의 직업에 관련된 전문지식과 실무능력을 균형 있게 갖추지 못하고 어떻게 지도자가 될 수 있겠습니까? 


  사람들은 바르게 살려고 하는 노력은 적게 하고 잘 살려고 하는 마음은 많습니다. 비움의 미학보다는 소유의 욕심이 많습니다. 많이 가지려 하고 영화를 추구하는 사람이 사회 공동체의 지도자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한 사람은 사람으로서의 품격보다는 재산이나 명예를 더 소중히 여기고 그것을 얻고자 할 것입니다. 


  대학에서 얻어야 할 세 번째 것은 자신의 삶의 목표와 그것을 추구하는 전략을 분명히 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상당수는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자신의 삶의 목표와 방향에 대해 결정하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삶의 시행착오를 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별로 없습니다. 그리하여, 많은 사람들이 대학 다니는 동안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하고, 자신의 삶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여러분께서 대학에 가기 전에 이미 여러분들의 삶의 목표와 방향을 결정하였다면, 그리하여 더 이상 자신의 삶에 대하여 번민하거나 탐색할 필요가 없다면 그 이상 더 좋은 일이 없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러한 경우는 매우 드문 것으로 보입니다. 설사, 대학에 가기 전에 삶의 목표와 추구할 가치를 결정하였다 하더라도 대학에서는 자신의 결정이 최상의 것인지를 다시 한 번 성찰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삶의 목표와 가치는 인생의 등대와 같습니다. 비바람이 불고 폭풍이 휘몰아쳐 삶이라는 배가 위태로울 때 그 역경을 헤치고 나아갈 희망과 의지의 등대인 것입니다. 삶의 목표와 추구하는 가치가 분명하지 않을 때는 좌초하고 포기할 가능성이 많지만, 그것이 분명한 경우에는 굴하지 않고 나아가 결국 인생의 승자가 되는 보람과 기쁨을 누릴 것입니다. 


  예를 들면, 제가 가르친 제자 중에 교사가 되기 위하여 노력한 여학생이 있었습니다. 도시에서 나고 자라 시골생활에 익숙하지 않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충남의 아주 작은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기간제 교사가 되었습니다. 3년간의 힘들지만 보람 있는 기간제 교사생활 끝에 자신이 태어난 도시의 큰 고등학교 정식 영어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그 여학생은 정식 교사가 된 다음 저에게 신년 연하장을 보내왔고, 그 속에는 이렇게 적혀있었습니다. “교수님, 저 000입니다. 이번 봄에 그토록 바라던 정식 교사가 되었습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제가 흔들리지 않고 꿈을 이루기 위해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교사의 삶에 대한 희망과 목표를 한 번도 버린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조만간 찾아뵙고 인사드리겠습니다.” 전 강의 시간에, 졸업하는 제자들에게 “나의 온 마음으로 바라고 모든 힘을 다해 추구하는 일은 이루어진다.” 고 말해 왔기 때문에 이 제자의 성공과 성취는 더욱 기쁘고 자랑스러웠던 것입니다.


  우리가 반드시 대학에 가기 위해서만 공부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학에 가서 공부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중등학교 생활을 보내기에 바빠서 아직 조금은 먼 이야기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여러분들께서는 오늘 대학에서 배워야 할 것 세 가지를 기억하셨다가 멀지 않은 장래에 여러분 앞에 다가 올 대학생활에 적용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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