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에서 올 때 메로나
바르셀로나에서 올 때 메로나
  • 글로벌교육뉴스 김건우 취재원
  • 승인 2019.05.24 0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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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글은 필자가 3박 4일간의 바르셀로나 여행 3일차 중 사색한 내용을 쓴 글이다. 제대하고 오랜만에 혼자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정말 열심히 관광명소를 보며 걸어 다녔고, 가우디 투어도 하면서 많은 내용을 머리 속에 집어 넣느라 정신이 없었다. 소셜미디어에서 사람들이 추천하는 맛집을 찾아다니느라 바쁘기도 했다. 막상 혼자 떠난 여행이었지만 여행지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반가운 얼굴들을 보느라 정작 혼자 있을 시간이 없었다. 2달 간에 힘겨운 시험기간 및 과제 제출을 마치고 여유로운 여행을 하겠노라고 다짐했던 필자는 어쩐지 여행지에서 더 바쁘곤 했다. 여행 3일차에 비로소 혼자 남게 되었을 때, 많은 생각들이 바르셀로네타 해변에서 보았던 파도처럼 한꺼번에 밀려왔다. 바람이 참 많이 불었던 람브라 거리를 걷다가 들른 스타벅스에서 떠올랐던 여행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적어보려고 한다.

 

3일차, 여행 중 사색

  여행을 하다가 사색이 되었다는 말이 아니다. 어쩌면 지긋했던 모래 바람과 이틀간 쌓인 피로로 지쳐서 내 얼굴이 사색이 되었을 수도. 

  바르셀로나까지 왔으니 잠시 쉬더라도 현지의 느낌이 물씬 나는 카페를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구글맵을 보고 찾아 가는 일이 너무 지겨웠던 나는 바로 앞에 보이는 스타벅스로 곧장 들어가 버렸다. 스타벅스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켜 자리에 앉자마자 통 창문을 통해 쏟아지는 햇살과 함께 여러가지 생각들이 밀려왔다. 혼자 여행을 왔지만, 첫 날부터 새로운 인연으로 혼자 있는 적이 없었던 나는 이제서야 생각에 잠겼다.

  3일 동안 다니면서 이상한 스트레스에 휩싸였다. 바르셀로나에 왔으면 이 곳은 꼭 가야한다, 여기까지 왔는데 이 곳을 못 가면 어떡하지, 그럼 돈이 정말 아까울 텐데. 도착을 하긴 했는데 어디를 먼저 가야하지, 맛집을 찾긴 했는데, 정말 맛은 있는 걸까? 남들보다 뒤처지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과 설레는 감정이 아닌 이상한 감정들을 느꼈다. 여유로워야 할 여행이 조급해져만 갔다. 

  여행 중 동문 후배들과 반갑고 우연한 만남으로 같이 저녁을 먹게 되었다.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공통적으로 고민한 내용은 내일은 어디를 가고, 무엇을 하고,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지, 였다. 

  스타벅스에서 나는 불현듯 깨달았다. 이런 고민들이 나의 여행을 피곤하게 했던 것이다. 사람들마다 생각하는 여행의 정의가 다를 것이다. 적어도 여행에 대한 나의 정의는 새로운 정취를 느끼는 나를 발견하는 것. 두 달 간에 시험 공부로 지쳐 있었고, 긴장을 했고, 스트레스를 받았던 나는 여행을 와서 조차도 스트레스를 받고, 학교를 다닐 때처럼 시간 계획을 짰고, 하루 하루를 계획대로 다녀야 하는, 과제를 시간 안에 내는 것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이상한 의무감으로 여행을 하고 있었다. 관광명소 앞에서는 무조건 사진을 찍어야 하고, 그 사진을 SNS에 업로드 하는 것이 마치 과제를 내는 것과 같은 의무감으로 여겨졌다.

 

내가 가는 곳이 맞는 곳이고, 내가 하는 것이 정답이고,

내가 찍는 것들이 내 인생의 장면이 되고, 그게 곧 여행이거늘

  남들과는 다른 생각을 해보겠다고,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하겠다고, 매일 다짐하면서 나는 이 여행에서조차 남들이 가는 곳은 꼭 가 봐야하고, 남들이 하는 것은 다 해 봐야 한다는 의무감에 스스로 갇혀 있었다. 이건 아니다, 싶어서 3일차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했다. 걷고 싶으면 걷고, 걷다가 벤치에 앉고 싶으면 앉고, 사진을 찍고 싶으면 찍고, 꼭 유명한 관광명소가 아니라도 내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골목길, 건물, 그리고 풍경을 찍었다. 유명한 현지 음식이 아니더라도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먹었다. 또 걷기 싫으면 지하철을 타기도 하고, 또 걷다가 쉬고 싶으면 아무 카페에 들어가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기도 했다.

 

 

 

  다른 나라까지 와서 굳이 스타벅스를 마셔야 하나? 뭐 어떤가 바르셀로나 스타벅스는 다른 나라 스타벅스와 엄연히 다르다. 내 고향인 한국 스타벅스랑 다르고, 내가 유학하고 있는 네덜란드 스타벅스랑 또 다르다. 각 나라마다 커피 가격이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여기서 스타벅스를 마셔보지 않았더라면 바르셀로나는 네덜란드보다 커피가 싸다는 사실도 몰랐을 것이다.

  읽고 있던 책장을 넘기다가 문득 ‘장님이 코끼리 만지기’가 생각났다. 아주 일부분만 알고 있으면서 마치 전부를 아는 것처럼 행동할 때 쓰는 표현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코끼리를 만졌을 때 저마다 다른 부분을 만지고서 자기가 알고 있는 부분이 진짜 코끼리라고 우기는 뭐 그런 이야기이다. 사람들은 바르셀로나로 여행을 간다고 하면, 소셜미디어에 올라 온 바르셀로나만이 진짜 바르셀로나이고, 그 사람들이 추천한 곳만이 맛집이라고 생각한다. 특정 장소를 가지 않았으면 바르셀로나에 가 보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본인들이 가 본 바르셀로나만이 진짜 바르셀로나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막상 그 사람들도 이 넓은 바르셀로나를 아직 다 못 경험해 봤을 경우가 단연 높다. 또한 사람들마다 느끼는 바르셀로나는 모두 다를 텐데 말이다. 막상 여행을 하면 세계에 대한 시야가 넓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내 자신이 너무 작게 느껴졌다. 꼭 많은 사람들이 그 곳을 갔다고 하더라도 그 곳이 바르셀로나의 전부가 아니다. 사람들이 바르셀로나의 일부를 어떻게 소개하든 그건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 내가 가는 곳이 다 바르셀로나인 것이다. 아직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보지 못한 세계가 더 많이 있다. 확실한 건, 이 세계는 코끼리보다 훨씬 크다.

 

 

  내가 느끼고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모든 공간과 장소는 그만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이번 여행이었다. 의미는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닌, 내가 부여하는 것이기에.

 

  물론 아직도 내 안에는 남들이 다 가는 유명한 곳을 가야만 하고, 꼭 먹어야 한다는 음식은 먹어봐야 하는 약간의 불안감과 의무감이 남아 있지만, 그런 감정들을 지워내 가는 것이 나만의 길을 걸어갈 때 걸리적거리는 장애물들을 걷어내 가는 과정이라고, 스타벅스 창가에 앉아 생각했다. 책을 덮고, 자리를 정리하고 밖으로 나오니 바람은 그쳐 있었고, 나의 여행에 대한 고민과 걱정도 그제야 멈췄다.

 

김건우 취재원 │네덜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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