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유학생의 특별한 '가마쿠라'여행기
네덜란드 유학생의 특별한 '가마쿠라'여행기
  • 글로벌교육뉴스 김건우 취재원ㅣ네덜란드
  • 승인 2019.11.18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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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가마쿠라에 가보다!
추억의 에노덴 열차 감성 체험기
슬램덩크에 나온 바로 그 곳

 

한국인들에게 가장 사랑 받는 도쿄 근교 여행지는 어디일까?

 

 바로 ‘가마쿠라’이다. 한국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여행지인 만큼 가마쿠라는 그 매력을 충분히 발산하고 있는 도시다. 에노덴 열차(가마쿠라에서 에노시마를 잇는 감성열차)의 창 밖으로 푸른 바다가 고즈넉하게 지나가는 풍경을 보기 싫은 독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

 이번 기사는 필자가 올해 9월 25일, 당일치기로 다녀온 가마쿠라에 대해 다뤄보겠다.

 

 필자는 누가 등 떠밀어서 떠나는 여행 말고, 오롯이 혼자 계획하고 설렐 수 있는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정해진 기차 시간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같이 갈 누군가와 시간 약속을 한 것도 아니었다. 이것이 혼자 하는 여행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언제 떠나도 상관없고 원할 때 돌아올 수 있는 그런 여행.

 

지옥철 입성 2초전.. 2초 뒤 나에게 무슨 일이?
지옥철 입성 2초전.. 2초 뒤 나에게 무슨 일이?

 

 출발 당일 아침 7시 40분, 지하철역에 도착했다. 하지만 필자가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일본의 출근시간 지하철은 악명 높은 지옥철이라는 것을. 말로만 익히 들어왔던 일본의 지옥철을 잠시 후면 직접 경험하게 될 터였다. ‘밀다’ 라는 동사는 문을 밀거나 럭비 경기에서 쓰이는 동사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지옥철의 문이 열리는 순간, 역무원은 사람들을 있는 힘껏 사정없이 밀었다. 절대 들어갈 공간이 보이지 않았지만, 마치 ‘내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 고 생각하는 듯한 역무원의 밀기 기술은 대단했다. 심지어 사람들은 손잡이도 잡지 않았다.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한 채 마치 하나의 물결을 이루는 것 같았다. 가마쿠라에 도착하기도 전에, 인상 깊은 여행이 될 것 같다는 직감이 왔다. 처음엔 낯선 사람들과 신체가 닿는 것이 불쾌했고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에게 의지하는 느낌이 들자 잠까지 솔솔 오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가마쿠라는 신주쿠에서 한 시간 정도 지하철을 타면 갈 수 있는 곳이다. 에노시마-가마쿠라 프리패스를 1470엔에 구입하면 저렴하게 신주쿠역에서 후지사와역까지 이동할 수 있고, 가마쿠라에서 에노덴 선까지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으니 꼭 구입하자.

 필자는 아무래도 주말보단 평일이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해 수요일에 가마쿠라를 방문했지만 그것은 오산이었다. 평일이 무색할 정도로 관광객이 정말 많았다. 확실히 가마쿠라가 인기 관광지라는 것을 피부로 실감할 수 있었다.

 

에노덴 열차 기장님의 든든한 뒷모습
에노덴 열차 기장님의 든든한 뒷모습

 

 사실 가마쿠라의 가장 큰 매력은 에노덴 열차이다. 에노덴 열차 맨 앞 칸의 관광객들은, 운전하는 기장님의 모습과 창 밖 풍경을 함께 사진에 담으려고 노력한다. 단언컨대, 일본에서 뒤통수가 가장 따가운 사람과 뒤통수가 가장 많이 찍히는 사람은 에노덴 열차의 기장님일 것이라고 혼자 생각하며 즐거워했다. 아마 모델들보다도 뒤통수가 더 많이 찍혔을 것이다.

 에노덴 기장님은 수동으로 기차를 운전하시기 때문에 뒤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동료 기장들과 수신호를 주고 받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비록 맨 마지막 칸은 기장님을 볼 수 없지만, 지나온 풍경을 뒤에서 구경할 수 있기에 맨 앞 칸과 마찬가지로 인기가 꽤 있는 편이다.

 

파란 모자를 쓴 초등학생들
파란 모자를 쓴 초등학생들
9월 말이지만 여름 냄새가 났던 가마쿠라
9월 말이지만 여름 냄새가 났던 가마쿠라

 

 에노덴 선의 종착역인 가마쿠라에 도착했다. 다행히 날씨가 참 좋았다.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것이 취미인 필자는 햇살이 좋은 날에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정겨운 가마쿠라를 뷰파인더를 통해 바라보고, 사진으로 담을 생각에 설레는 마음뿐이었다.

 가마쿠라에는 정취가 흘러 넘치는 오래된 기차역이 있어 철로 소리가 다소 시끄럽다. 하지만 그런 소리들이 옛 정취에 빠져들 수 있도록 좋은 배경음악이 되어 가마쿠라를 밝혀주는 또 다른 매력이 된다. 가마쿠라의 길을 걷다 보면 간혹 보이는 기찻길은 향수를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기찻길을 따라 걸으면 파란 모자, 노란 모자를 눌러쓴 초등학생들이 하교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렇게 풍경을 즐기며 걷다 보면 고마도치 거리에 도착한다. 고마도치는 전통적인 일본 골목 느낌과 상점들이 즐비했고, 맛있는 당고나 아이스크림을 포함해서 다양한 먹거리를 팔고 있었다. 사람들이 너무 빽빽하게 많아서 한적하게 걸을 순 없었지만, 그 분위기 자체를 즐기기로 했다.

 

고쿠라쿠지 역 앞에서
고쿠라쿠지 역 앞에서

 

 한적한 분위기를 찾으러 간 곳은 고쿠라쿠지다. 이번 여행 중 가장 좋았던 곳으로써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배경지로 나온 곳이다. 영화 속 주인공 ‘마사미’와 ‘스즈’가 지각을 해서 헐레벌떡 뛰어 들어간 역으로 유명하다. 영화에서만 보던 곳을 직접 와 보니 신기했고, 영화에 나온 장소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것이 정말 재미있었다. 영화 촬영지라 좋은 것도 있었지만, 이 동네에서 풍겨지는 고즈넉함과 정서가 필자의 향수를 자극했다. 필자는 혼자 여행을 갔기 때문에 번번히 다른 분들에게 사진을 부탁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때마다 웃으면서 사진을 찍어 주시는 일본 시민들에게 정말 감사했다. 기억에 남는 일은, 백발이 성성하신 남자분이 사진을 다 찍어주신 후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물었던 일이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Korea and Japan, We are friends!” 라고 말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려주셨다. 그 자리에서 정말 많은 것을 느꼈다.

 

내가 바라던 바다
내가 바라던 바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는데, 너무 신나게 돌아다닌 탓에 점심시간을 훌쩍 넘겨 버렸다. 그래서 필자가 찾아간 곳은 이나무라가사키역에서 내리면 갈 수 있는 요리도코로다. 이 곳은 관광객뿐만 아니라 현지 일본인들 까지 찾아올 정도로 유명한 맛집이었다. 이유는 바로, 사람들 눈 앞에서 에노덴이 지나가기 때문이다. 밥을 먹는데 그 앞으로 열차가 지나가니 위험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커브 구간이라 마침 열차의 속도가 줄어드니 안심하자. 열차에 타고 있는 승객들도 밥 먹는 사람들을 보게 되는데 처음엔 어색해도 시간이 지나면 내심 즐기게 된다. 필자는 한 시간 전부터 예약하고 가서 간 고등어 정식을 먹었는데, 밖에서 에노덴이 지나가는 모습을 보며 먹었더니 고등어도 맛있었지만 눈도 함께 즐거웠다. 이렇게 밥을 먹으면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어 신기했다.

 

일본의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가마쿠라
일본의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가마쿠라

 

 이제 본격적으로 바다를 느끼러 가마쿠라코코마에역에 갔다. 사실 이 역이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다. 바로 만화 ‘슬램덩크’의 한 장면 때문이다. 블로그를 찾아보면 그 만화 속 장면을 그대로 찍은 인증샷들이 무수히 많다. 그래서인지 제대로 둘러보기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필자는 너무 많이 돌아다닌 탓에 카페인의 힘을 빌려야 했다. 에노시마역에 도착해 바닷바람을 맞으며 마시는 커피 맛은 피로를 말끔히 씻어 주었다.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은 것도 좋았다. 정말 걷기도 많이 걷고 많은 것을 보고 느낀 알차고 값진 가마쿠라 당일치기 여행이었다. 옛날부터 와 보고 싶었던 곳을 실제로 오게 되어 감회가 새로웠다.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가마쿠라 여행이 아닌 앞으로 정기적으로 한 달에 한 번씩은 가 볼 계획이다. 다음에 갔을 땐 색다른 가마쿠라의 모습을 보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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