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연구대학교에서 성적 우수생이 되기까지(1)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연구대학교에서 성적 우수생이 되기까지(1)
  • 네덜란드 취재원 이시온
  • 승인 2020.07.28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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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 대학교 경제학과 1학년 커리큘럼과 과목별 공부 방법

 네덜란드는 대학교 졸업하기가 어렵다는 유럽 대륙에서도 어렵기로 손꼽히는 나라 중 하나다. 특히 연구대학교는 졸업장 하나로도 취업 시장을 당당히 거닐 수 있다고 말할 정도로 졸업이 어려운 것은 네덜란드 사람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입학과 동시에 한 한국인 선배가 자신과 함께 암스테르담 대학교 1학년으로 입학한 한국인 40명 중 3년 뒤 제때 졸업한 사람은 겨우 3명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 선배는 지금 내가 1학년을 수료한 시점, 실제로 3학년 과정을 휴학 없이 3년째 반복 중이다. 보통 한국 사람이라면 그 선배가 너무 대학교를 쉽게 본 것 아니냐며 따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대학교 내에서의 유급이 흔하지 않은 한국과 달리, 네덜란드에서는 아주 흔하다.

학년 사이의 유급은 1학년에서 2학년으로 올라갈 때 가장 흔히 결정되는데, 작년 경영학과에서는 총 1300명 정도의 1학년 학과생 중 800명 정도만 2학년으로 무사히 올라왔다고 한다. 개중에는 휴학이나 자퇴 등 여러 개인적 이유도 있었겠지만, 보통은 1학년에 배당되는 10과목 중 8개 이상 통과하지 못하면 퇴학을 당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네덜란드 대학교에서는 내가 듣고 싶은 교양이나 전공 과목을 선정, 수강 신청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과목을 정해진 시간표대로만 들을 수 있다. 학년이 높아지면서 선택과목, 부전공의 개념이 생기지만, 그 마저도 개수가 확연히 적다. 1년 중 방학 8-9주를 제외한 대략 10개월 동안 주어지는 열 과목 중 두 개 이상 낙제를 하면 퇴학당할 뿐만 아니라, 이후 4년 동안 같은 학교 부서에 재입학 할 수 없다. 또 두 과목까지는 낙제를 할 수 있지만 낙제된 과목은 2학년이나 3학년 때 꼭 재수강 해서 통과해야 한다.

경제학과는 에세이나 그룹 프로젝트가 많은 경영학과보다는 과제가 적지만, 보통 중간고사 20%, 기말고사 80%로 과목 점수가 결정된다. 한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10점 만점에 5.5점이나 6점이 필요한데, 학생 중 반 이상은 통과하지 못해 재시험을 친다. 하지만 재시험을 쳐야 한다는 것보다도 무서운 것은, 만약 올해 9-10월에 배운 과목을 10월 말에 시험 쳐서 떨어지면, 내년 7월 초에 그 과목 재시험을 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부담이 너무 큰 탓에 차라리 빨리 재제출을 할 수 있는 과제를 더 하는 것이 낫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그저 원서를 여러 번 읽고 개념을 익히고 응용해서 시험 준비를 하는 것이 훨씬 더 마음이 편했다. 나에게 맞는 시험 공부방법을 찾는 재미가 동기 부여가 되기도 했다.

1학년, 2학년의 기본 커리큘럼은 두 과목을 8주차 편성에 걸쳐서 8과목 (4학기), 리서치를 목적으로 한 논문을 4주차 편성으로 완성하는 두 과목 (2학기)으로 총 10과목, 6학기다. 타이트한 시간표 속에서 가장 힘든 점은 두 과목을 두 달 안에 마스터해야 하는 설움일 것이다. 과목 수가 적은 만큼 원서에 300페이지에 달하는 시험범위, 높은 난이도를 자랑하는 기말고사를 감당하려면 매일 복습하는 것은 노력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했다. 나는 매 강의 후 원서와 교수님이 강의하는 PPT를 여러 번 곱씹고, 연습문제, 시험 기출 문제를 풀어본 뒤에야 개념을 조금 알았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주차별로 정리된 학습자료 – 강의 파워포인트와 엑셀 파일, 관련 유튜브 비디오가 업로드 되어 있는 모습
주차별로 정리된 학습자료 – 강의 파워포인트와 엑셀 파일, 관련 유튜브 비디오가 업로드 되어 있는 모습

우리 학교 학생 중 대부분이 학교 커리큘럼에 만족하는 이유 중 가장 많이 들려오는 것이 Canvas라는 학교 사이트인데, 모든 강의의 녹화본부터 연습문제와 교수님이 손으로 쓰신 문제풀이 스캔파일, 기출 중간, 기말고사 문제들이 정말 빠르게 업로드 된다. 전례 없는 코로나 사태에도 재빠르게 온라인 수업을 차질없이 진행할 수 있었던 것도 항상 강의를 실시간으로 녹화해서 올려왔던 Canvas 시스템 덕분이다. 주차별로 잘 정리된 학습자료들이 학습 계획을 세우는 데에도, 계획을 따라 목표를 이루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글로벌선진학교를 다녔지만 해외경험이 하나도 없었던 나는 영어도 특별히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특히 강도 높은 수학 수준을 요구하는 학교 커리큘럼을 처음 맞닥뜨렸을 때는 정말 암담했다. 하지만 이런 암스테르담 대학교에서 성적 우수생이 된 후, 결국 죽도록 노력하면 안되는 것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나를 수학 포기자에서 성적 우수생으로 만들어준 과목별 공부방법, 성적 우수생에게 주어지는 혜택, 작은 학업생활 팁들은 이어지는 기사에서 다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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