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대계의 하버드RISD, 미대생이 받는 과제
미대계의 하버드RISD, 미대생이 받는 과제
  • 미국 취재원 이송아
  • 승인 2020.08.12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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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RISD 미대생이 받는 과제와 그 과정

4월달 기사였던 <미대계의 하버드, RISD 유학생활을 파헤쳐보자!>에 이어 이번 기사에서는 리즈디 (RISD, 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에서 작품을 만드는 과정과 완성품을 소개하겠다. 교수님이 내주는 주제, 소재에 자신만의 감각을 녹여내는 게 핵심이다. 예술은 매우 주관적이며 또한 매우 객관적이다. 본인의 경험과 생각을 한껏 표현하면서도 심미적으로 아름다울 수 있도록 항상 예민하게 신경써야 한다. 학교를 다니며 필자의 첫 번째 목표는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었다. 필자가 2학년때 받은 한 과제를 통해 이 과정을 살펴보겠다. 

2학년 2학기 Visual Thinking 과목에서 받은 첫 번째 과제가 프린트 된 것

이 과제는 2학년 2학기 Visual Thinking 과목의 첫 번째 과제였다. 

Visual Thinking 과목에서는 학생의 상상력과 창의성, 복합적 사고 가능성을 기른다. 주제를 던져주고 학생이 얼마나 가지를 뻗어나갈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같은 반의 다른 학생들이 전부 자신의 작품을 보고 코멘트를 해주기 때문에 은근히 자존심도 걸려있다. 

주제는 “One Word”, 즉 한 단어를 표현하는 것이었다. 만질 수 없는 감정, 태도, 행동 등 intangible 한 단어를 하나 골라 작품을 만들어야 했다. Critique 시간에 완성된 작품만을 보고 교수님과 다른 학생들이 어떤 단어를 표현한 것인지 맞춰야 한다. 너무 쉬운 단어도, 너무 어려운 단어도 안된다. 적당한 단어를 어떻게 뻔하지 않고 창의적으로 표현할 것인지를 통해 작가의 역량을 드러내는 것이다. 같은 업계에서 마주칠 동료들이지만 순수하게 드로잉 실력과 창의성으로만 겨룰 수 있는 기회라 생각했다. 기한은 일주일이었다. 

트레이싱지에 과제의 러프스케치를 연필로 한 것

필자는 Indifferent (무심한) 이라는 단어를 골랐다. 작품의 재료 조건은 트레이싱지와 검은 펜만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잘 찢어지는 트레이싱지에는 섬세하게 접근해야 한다. 필자는 세밀한 0.5 마이크론 펜을 구입했다. 우선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브레인스토밍을 시작했다. 뭔가에 집중하며 다른 것은 쳐다도 보지 않는 인물이 떠올랐다. 이것저것 끄적거려 보다가 최종적으로 채택된 것은 투명한 힘으로 이루어진 정육면체 안에 앉아 눈 앞의 글에 집중하며 주변에 혼란스럽게 널려있는 다양한 동물, 인물, 사물에 신경도 쓰지 않는 학생이었다. 트레이싱지에 일단 연한 연필로 스케치를 해보았다. 매일 수업을 마치면 저녁 6시 반이다. 저녁을 먹고 차분히 앉아 브레인스토밍과 스케치를 하니 사흘이 지나갔다. 그 후로 매일 저녁에 조금씩 새로운 트레이싱지 위에 스케치를 바탕으로 펜선을 땄다. 

새로운 트레이싱지에 연필 스케치를 따라 검은 펜으로 선을 따서 완성시킨 것

완성된 모습이다. 실제 수업날에 디테일한 펜선과 실재하지 않는 공간 위에 실재하는 상황을 표현한 것에 대한 호평을 많이 들었다. 교수님이 학생들에게 가장 잘 한 작품을 개인적으로 하나씩 꼽아 보라고 하셨을 때, 필자의 작품을 고른 학생들이 있어서 고맙고 기분이 좋았다. 필자 또한 첫 과제에서 본인을 조금이나마 보여준 것 같아 만족했던 작품이다. 작품은 만드는 작가가 즐거워야 한다. 필자가 즐기는 펜 드로잉을 과제로 제출할 수 있어서 열정을 가지고 한 결과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

교수님이 학생들의 작품을 벽에 거는 모습. 필자의 작품은 사진상에서 가장 왼쪽에 걸려있다.

다른 학생들의 작품들을 보는 것도 큰 공부가 된다. 수업은 주로 critique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신의 작품에 다른 학생들의 코멘트를 받는 것처럼 자신도 나머지 학생들의 작품 하나하나에 정성들여 평가를 해주어야 한다. 5시간동안 진행되는 수업에서 말을 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자신의 의견을 명확하면서도 배려심 있게 피력하는 것은 다른 학생들의 노력의 결실을 맺게 해주는 것과 동시에 자신의 작품 또한 존중과 함께 좋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밑바탕이 된다. 타인의 작품에서 잘한 점과 잘 전달되지 않는 점을 보며 본인의 작품에서도 비슷한 점이 있는지 찾아보고 배울 수 있는 것은 단체 critique가 이루어지는 수업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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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작품에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다. 본인이나 본인의 작품을 너무 낮추는 것도, 너무 과장되게 자랑하는 것도 좋지 않다. 자신이 들인 노력만큼의 자신감을 가지고, 다른 작품들의 개성을 존중하며 수업에 임하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비단 예술 전공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유학생들의 전반적인 생활에 적용된다. 다양한 학생들이 모인 곳이니만큼, 문화적 차이를 받아들이고, 공감은 안 되더라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자신의 문화가 타인에게도 스며들기 더 용이할 것이다. 이상으로 미국 미대생이 받는 과제와 그 과정을 알아보는 것을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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